[8.21] 파스칼

인간들의 갖가지 소란과, 궁정이나 전쟁터에서 겪는 위험과 고통을 이따금 관찰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사실, 즉 그가 방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고 종종 말하곤 했다. 살아가기에 충분한 재물을 가진 사람이 만약 자기 집에 기꺼이 머물 수만 있다면 거기서 나와 바다로 나아가거나 요새를 공격하러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도시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진저리나는 일이 아니라면 그처럼 비싼 값으로 군직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집에 머물 수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대화와 도박의 놀이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해보고 또 우리의 모든 불행의 원인을 알고 난 후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를 찾아내려고 했을 때 나는 매우 실제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우리들의 무력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 그것을 숙고할 때면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위로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우리 조건의 자연적 불행으로 성립되어 있다. (…) 도박, 여인들과의 대화, 전쟁, 높은 지위 등이 그처럼 추구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 안에 과연 행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진정한 행복이 도박에서 따는 돈이나 뒤쫓는 토끼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런 것이 선물로 주어진다면 원치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찾는 것은 우리에게 우리의 불행한 조건을 생각하게 하는 맥빠지고 평온한 관습적 삶도, 전쟁의 위험이나 직무의 노고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생각에서 마음을 돌아서게 하고 우리의 기분을 전환시키는 소란, 바로 이것이다.  -<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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